난 인생을 살면서 단 한번도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 과연 공무원이 되고 싶은 사람은 어떤 생각에서 공무원을 꿈꾸는지가 너무 궁금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랬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안정된 직장이니까', '편하기 때문에', '부모님이 좋아하셔서'와 같은 것들뿐이었다. 안정된 직장이고 편하며 부모님이 좋아하신다는 것은 어떤 직업의 장점이 될 수 있지만 그 일을 하고 싶은 이유는 아니지 않은가? 너무나 이상했다. 꿈과 현실을 이분법으로 나누어 그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사람들과 자신의 꿈을 왜 꾸는지 조차 모르는 사람들. 이 사람들을 보고 나는 사람들이 의외로 꿈을 꾸는 것에 익숙하지 않구나, 심지어는 서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렸을 때는 그저 멋있어 보여서 막연하게 어떤 직업을 동경하게 된다. 나도 뭘 알지도 못하면서 신경외과 의사나 물리학자가 되겠다고 떠들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슈바이처나 아인슈타인의 전기를 읽었던 초등학교 때었다. 그러다가 음악을 좋아하게 되고 나서는 뮤지션이 되는 꿈을 꾸기도 하고, 사회의 부조리함에 눈을 뜨고 나서는 그런 것들을 세상에 알리는 기자가 되는 꿈을 꾸기도 했다. 그러다가 결국 라디오 PD라는 꿈을 갖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참으로 단순했다. 라디오가 좋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을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방송국 PD가 안 되면 인터넷 방송이라도 하면 된다고 생각했었으니까. 그건 자신감과는 조금은 다른 무엇인 것 같다. 자신의 꿈을 현실로 만들겠다는 의지나 믿음 같은 것? 모르겠다. 어쨌거나 지금 이렇게 라디오 PD가 되어 있는 건 그때 꾸었던 꿈 덕분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무엇이 아닌, 내가 진짜 하고 싶으니까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꿈. 지금 이 시간에도 꿈과 현실 중에서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볼까 망설이는 분들이 있다면, 대체 그 꿈과 현실은 애당초 왜 나누어져 있는지, 그 꿈은 내 꿈이 맞는지, 내 꿈이 맞다면 대체 무엇이 그것을 비현실적으로 만드는지 잘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다. 혹시나 자신의 꿈을 비현실적으로 만드는 건 오히려 자신이 만든 꿈과 현실의 이분법이 아닌지 우려가 돼서다. 때로는 사고와 질문의 방식이 우리의 행동과 가능성을 제약해버리기 때문이다.
-라디오지옥 신청곡안틀어드립니다, 윤성현, p201~203-

알고 있는 감각이다. 왜 모르고 있었던거지?!
무릎을 탁하고 치게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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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밖으로 나갈 때는 항상 깨끗한 속옷으로 갈아입거라.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란다."
 손녀들 가운데 한 명이 반쯤은 우습고 반쯤은 기분이 상해서 할머니에게 말했다. "하지만 할머니, 전 그런 종류의 여자가 아니에요."
 그러자 할머니는 이렇게 대꾸했다. "네가 어떤 종류의 여자인지는 그때 가서 보지 않고서는 결코 알 수 없지."
-피터 드러커 자서진, 피터 드러커, p51-

스스로가 어떤 상황에 어떻게 행동할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 글을 봤을 때 위안받았다. 상상할 수 없는게 그리 이상한 건 아닐거다.
나에 대해 물음표라고 했던 점에 대해서 나도 대답할 수가 없다.
자신감이 없는 것으로 보일 뿐이겠지만 넉살 좋게 원하는 대답을 할만큼 융통성이 좋지 못하다.
부정적인 쪽에 가까운 결과를 예상하는 물음표지만 그 상황이 닥쳐보지 않으면 나도 내가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에게 만큼은 관심이 많은지라 내가 어떻게 할지 궁금하다.
알 기회가 올지 모르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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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하세요

글읽기 2011. 1. 31. 13:09

친절하세요. 당신이 대하는 모든 사람은 다들 힘겨운 전투를 벌이며 살아간답니다. - 플라톤
Be kind, for everyone you meet is fighting a hard battle.- Plato

틱틱대지 말고 친절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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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발자국. 02

사진찍기 2011. 1. 29. 11:03

2011.01.28 by K model 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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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속의 보물

글읽기 2011. 1. 9. 21:48
 큰 전복이 있어도 절대 손대지 않는다. 손대지 않을 뿐 아니라 얼씬도 않는다. 언젠가 꼭 필요한 그때를 위해 아껴두고 아껴둔다. 누구에게도 비밀로 하고, 나만이 간직한다. 삶이 아무리 척박하고, 물질이 제아무리 신통찮아도, 바다 속 어딘가 감춰둔 보물 창고를 생각하면 마음 한 켠에 등불이 환하게 밝아오는 것이다.
 참고 참다 어렵사리 그곳을 찾아가면 바위는 언제나 커다란 전복을 다닥다닥 매달고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 감격적인 해우는 그녀들에게도 일생에 몇 번 되지 않았으리라. 삶의 가쁜 숨을 깊이 머금고 찾아가, 결정적인 순간에 결정적으로 내어주는 넉넉한 손길 앞에 설 때 참으로 그간의 인고와 망설임과 안타까움은 흔적도 없이 스러졌을 터.
...(중략)...
 바다 속에 보물을 품은지라 바다를 바랄 때마다 마음이 충만해온다. 당장에 다 따오면 돈이 되고 살림이 되련만, 마지막 기댈 희망마저 함께 사라질까봐 아무리 힘들어도 제일 좋은 것은 그대로 남겨둔다. 남김없이 다 캐고 나서 다시 이 바위 저 바위 기웃대는 대신, 정말 아쉬워 찾아가면 언제든지 품은 것을 아끼지 않고 내줄 보물창고 하나씩 품고서 산다.
-스승의 옥편, 정민, p63,64-

일전에 봤을 때는 그저 좋다고만 하고 넘어갔는데,
오늘 읽을 때는 마음에 주체할 수 없는 것이 흘러넘친다.
저자처럼 그만 망연해져서 한참동안 마음이 먹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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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고 부른다

글읽기 2010. 11. 20. 00:30

모든, 닿을 수 없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품을 수 없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만져지지 않는 것들과 불러지지 않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건널 수 없는 것들과 모든, 다가오지 않는 것들을 기어이 사랑이라고 부른다.
-바다의 기별, 김훈, p13-

강렬한 첫 문단이다. 시같다. 곱씹고 곱씹고 곱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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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그 개성에 맞는 사건을 만나게 마련이다."
이런 뜻의 말을 한 분은 고바야시 히데오씨였다.
정말이지 딱 들어맞는 말이라고 감탄했다. 그 사람이 만난 사건이 당사자의 개성이랄까, 그 사람을 만드는 거라고 이제껏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다. 사건이 인간을 선택하는 것이다.
-아버지의 사과편지, 무코다 구니코, p111-

재밌는 말이다. 뭐랄까 어딘지 모르게 만화적이고 일본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어떤 일들을 만나 내가 완성되어간다는 것보다 나와 나에 맞는 사건이 '만난다'라는 발상이 드라마틱하고 흥미진진하달까.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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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발자국. 01

사진찍기 2010. 11. 18. 01:18
2010.11.17 by K model HJ

질보다 양!
고민보다 지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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