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속의 보물

글읽기 2011. 1. 9. 21:48
 큰 전복이 있어도 절대 손대지 않는다. 손대지 않을 뿐 아니라 얼씬도 않는다. 언젠가 꼭 필요한 그때를 위해 아껴두고 아껴둔다. 누구에게도 비밀로 하고, 나만이 간직한다. 삶이 아무리 척박하고, 물질이 제아무리 신통찮아도, 바다 속 어딘가 감춰둔 보물 창고를 생각하면 마음 한 켠에 등불이 환하게 밝아오는 것이다.
 참고 참다 어렵사리 그곳을 찾아가면 바위는 언제나 커다란 전복을 다닥다닥 매달고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 감격적인 해우는 그녀들에게도 일생에 몇 번 되지 않았으리라. 삶의 가쁜 숨을 깊이 머금고 찾아가, 결정적인 순간에 결정적으로 내어주는 넉넉한 손길 앞에 설 때 참으로 그간의 인고와 망설임과 안타까움은 흔적도 없이 스러졌을 터.
...(중략)...
 바다 속에 보물을 품은지라 바다를 바랄 때마다 마음이 충만해온다. 당장에 다 따오면 돈이 되고 살림이 되련만, 마지막 기댈 희망마저 함께 사라질까봐 아무리 힘들어도 제일 좋은 것은 그대로 남겨둔다. 남김없이 다 캐고 나서 다시 이 바위 저 바위 기웃대는 대신, 정말 아쉬워 찾아가면 언제든지 품은 것을 아끼지 않고 내줄 보물창고 하나씩 품고서 산다.
-스승의 옥편, 정민, p63,64-

일전에 봤을 때는 그저 좋다고만 하고 넘어갔는데,
오늘 읽을 때는 마음에 주체할 수 없는 것이 흘러넘친다.
저자처럼 그만 망연해져서 한참동안 마음이 먹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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