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글읽기 | 49 ARTICLE FOUND

  1. 2012.04.18 기대는 확실한 예언
  2. 2011.12.18
  3. 2011.09.09 죽음이 지나치게 흔했다
  4. 2011.05.26 하늘의 도리
  5. 2011.03.04 꿈과 현실의 이분법 2
  6. 2011.02.15 그때 가서 보지 않고서는 결코 알 수 없지
  7. 2011.01.31 친절하세요
  8. 2011.01.09 바다 속의 보물

'이렇게 되었으면 한다.'는 기대는 확실한 예언으로서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하고 그 예언은 이루어진다. -이토 아키라, 나이토 요시히토, "이제는 절대로 심리전에서 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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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읽기 2011. 12. 18. 11:00
풀 -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도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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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의 몸이 축날까 염려스러웠다. 제 언니 첫 기일이 오기도 전에 당한 또다른 상이었다. 죽음이 지나치게 흔했다. 생각하면 죽음도 삶의 한 과정이기는 했다. 생로병사에서 앞의 세 가닥을 아우르는 마지막 단계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생로병'만큼의 '사'는 당연했다. 그래도 그 죽음이 유독 난이만 총애하고 있었다. 차례로 죽어나간 이들의 목소리가 난이의 귀를 울릴 것이었다. 난이의 세상을 귀신들이 지배하고 있었다.
- 달을 먹다, 김진규, 144쪽-

작가들은 어떻게 마음을 이렇게도 잘 갈무리 할 수 있을까? 신기하다.
머릿속 맘속을 휘젓고 다니는 온갖 단어들을 잡아채 알아볼 수 있는 형태로 엮어내어 눈앞에 들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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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도리

글읽기 2011. 5. 26. 23:43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하늘의 이치는 사사로움이 없어 늘 착한 사람과 함께한다."
백이와 숙제와 같은 사람은 착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러나 그들은 이처럼 어진 덕망을 쌓고 행실을 깨끗하게 했어도 굶어 죽었다.
 또한 공자는 제자 일흔 명 중에서 안연만이 학문을 좋아한다고 칭찬하였다. 그러나 안연은 늘 가난해서 술지게미와 쌀겨 같은 거친 음식조차 배불리 먹지 못하고 끝내 젊은 나이에 죽고 말았다.
하늘이 착한 사람에게 복을 내려 준다면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춘추시대 말기에 나타난 도적 도척은 날마다 죄없는 사람을 죽이고 그들의 간을 날로 먹었다. 잔인한 짓을 하며 수천 명의 무리를 모아 제멋대로 천하를 돌아다녔지만 끝내 하늘에서 내려준 자신의 수명을 다 누리고 죽었다. 이는 도대체 그의 어떠한 덕행에 의한 것인가? 이러한 것들은 그러한 사례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다.
 최근 사례를 살펴보면 하는 일이 올바르지 않고 법령이 금지하는 일만을 일삼으면서도 한평생을 호강하며 즐겁게 살고 대대로 부귀가 이어지는 사람이 있다. 그런가 하면 걸음 한 번 내딛는 데도 땅을 가려서 딛고, 말을 할 때도 알맞은 때를 기다려 하며, 길을 갈 때는 작은 길로 가지 않고, 공평하고 바른 일이 아니면 떨쳐 일어나서 하지 않는데도 재앙을 만나는 사람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이런 사실은) 나를 매우 당혹스럽게 한다. 만약에 이러한 것이 하늘의 도리라고 한다면 옳은 것인가? 그른 것인가?
- 사기열전 백이열전, 저: 사마천, 옮김: 김원중, p6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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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인생을 살면서 단 한번도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 과연 공무원이 되고 싶은 사람은 어떤 생각에서 공무원을 꿈꾸는지가 너무 궁금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랬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안정된 직장이니까', '편하기 때문에', '부모님이 좋아하셔서'와 같은 것들뿐이었다. 안정된 직장이고 편하며 부모님이 좋아하신다는 것은 어떤 직업의 장점이 될 수 있지만 그 일을 하고 싶은 이유는 아니지 않은가? 너무나 이상했다. 꿈과 현실을 이분법으로 나누어 그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사람들과 자신의 꿈을 왜 꾸는지 조차 모르는 사람들. 이 사람들을 보고 나는 사람들이 의외로 꿈을 꾸는 것에 익숙하지 않구나, 심지어는 서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렸을 때는 그저 멋있어 보여서 막연하게 어떤 직업을 동경하게 된다. 나도 뭘 알지도 못하면서 신경외과 의사나 물리학자가 되겠다고 떠들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슈바이처나 아인슈타인의 전기를 읽었던 초등학교 때었다. 그러다가 음악을 좋아하게 되고 나서는 뮤지션이 되는 꿈을 꾸기도 하고, 사회의 부조리함에 눈을 뜨고 나서는 그런 것들을 세상에 알리는 기자가 되는 꿈을 꾸기도 했다. 그러다가 결국 라디오 PD라는 꿈을 갖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참으로 단순했다. 라디오가 좋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을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방송국 PD가 안 되면 인터넷 방송이라도 하면 된다고 생각했었으니까. 그건 자신감과는 조금은 다른 무엇인 것 같다. 자신의 꿈을 현실로 만들겠다는 의지나 믿음 같은 것? 모르겠다. 어쨌거나 지금 이렇게 라디오 PD가 되어 있는 건 그때 꾸었던 꿈 덕분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무엇이 아닌, 내가 진짜 하고 싶으니까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꿈. 지금 이 시간에도 꿈과 현실 중에서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볼까 망설이는 분들이 있다면, 대체 그 꿈과 현실은 애당초 왜 나누어져 있는지, 그 꿈은 내 꿈이 맞는지, 내 꿈이 맞다면 대체 무엇이 그것을 비현실적으로 만드는지 잘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다. 혹시나 자신의 꿈을 비현실적으로 만드는 건 오히려 자신이 만든 꿈과 현실의 이분법이 아닌지 우려가 돼서다. 때로는 사고와 질문의 방식이 우리의 행동과 가능성을 제약해버리기 때문이다.
-라디오지옥 신청곡안틀어드립니다, 윤성현, p201~203-

알고 있는 감각이다. 왜 모르고 있었던거지?!
무릎을 탁하고 치게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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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밖으로 나갈 때는 항상 깨끗한 속옷으로 갈아입거라.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란다."
 손녀들 가운데 한 명이 반쯤은 우습고 반쯤은 기분이 상해서 할머니에게 말했다. "하지만 할머니, 전 그런 종류의 여자가 아니에요."
 그러자 할머니는 이렇게 대꾸했다. "네가 어떤 종류의 여자인지는 그때 가서 보지 않고서는 결코 알 수 없지."
-피터 드러커 자서진, 피터 드러커, p51-

스스로가 어떤 상황에 어떻게 행동할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 글을 봤을 때 위안받았다. 상상할 수 없는게 그리 이상한 건 아닐거다.
나에 대해 물음표라고 했던 점에 대해서 나도 대답할 수가 없다.
자신감이 없는 것으로 보일 뿐이겠지만 넉살 좋게 원하는 대답을 할만큼 융통성이 좋지 못하다.
부정적인 쪽에 가까운 결과를 예상하는 물음표지만 그 상황이 닥쳐보지 않으면 나도 내가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에게 만큼은 관심이 많은지라 내가 어떻게 할지 궁금하다.
알 기회가 올지 모르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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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하세요

글읽기 2011. 1. 31. 13:09

친절하세요. 당신이 대하는 모든 사람은 다들 힘겨운 전투를 벌이며 살아간답니다. - 플라톤
Be kind, for everyone you meet is fighting a hard battle.- Plato

틱틱대지 말고 친절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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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속의 보물

글읽기 2011. 1. 9. 21:48
 큰 전복이 있어도 절대 손대지 않는다. 손대지 않을 뿐 아니라 얼씬도 않는다. 언젠가 꼭 필요한 그때를 위해 아껴두고 아껴둔다. 누구에게도 비밀로 하고, 나만이 간직한다. 삶이 아무리 척박하고, 물질이 제아무리 신통찮아도, 바다 속 어딘가 감춰둔 보물 창고를 생각하면 마음 한 켠에 등불이 환하게 밝아오는 것이다.
 참고 참다 어렵사리 그곳을 찾아가면 바위는 언제나 커다란 전복을 다닥다닥 매달고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 감격적인 해우는 그녀들에게도 일생에 몇 번 되지 않았으리라. 삶의 가쁜 숨을 깊이 머금고 찾아가, 결정적인 순간에 결정적으로 내어주는 넉넉한 손길 앞에 설 때 참으로 그간의 인고와 망설임과 안타까움은 흔적도 없이 스러졌을 터.
...(중략)...
 바다 속에 보물을 품은지라 바다를 바랄 때마다 마음이 충만해온다. 당장에 다 따오면 돈이 되고 살림이 되련만, 마지막 기댈 희망마저 함께 사라질까봐 아무리 힘들어도 제일 좋은 것은 그대로 남겨둔다. 남김없이 다 캐고 나서 다시 이 바위 저 바위 기웃대는 대신, 정말 아쉬워 찾아가면 언제든지 품은 것을 아끼지 않고 내줄 보물창고 하나씩 품고서 산다.
-스승의 옥편, 정민, p63,64-

일전에 봤을 때는 그저 좋다고만 하고 넘어갔는데,
오늘 읽을 때는 마음에 주체할 수 없는 것이 흘러넘친다.
저자처럼 그만 망연해져서 한참동안 마음이 먹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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