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10 by K
너를 통과하고 나서
흐린 하늘과 사람이 없는
풍경이 좋아졌어
장자: 쓸모없는 것을 알아야 비로소 쓸모 있는 것을 말할 수 있다네. 천하의 땅은 더할 나위 없이 넓고 크지만 실제 사람에게 쓸모 있는 것은 단지 발을 내딛을 수 있는 정도의 땅뿐이지. 그렇다고 발을 딛는 부분만 잰 후 그 부분만 남겨 두고 나머지 땅을 바닥까지 깎아 버린다면, 그래도 발을 딛는 부분이 사람들에게 쓸모가 있겠나?
혜시: 쓸모없겠지.
장자: 그러니 쓸모없는 것이 실은 쓸모있다는 게 확실해진 것 아니겠는가?
스펙은 내가 걷는 바닥을 빼고는 다 없애 버린 격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엄청난 학습을 통해 연봉과 자동차, 집 따위를 얻고 나면 발이 꼼짝없이 묶여 버린다. 그런 사람에게 세상은 자기가 서 있는 곳을 빼고는 다 허공이고 낭떠리지다. 유용성을 향해 달려가다 무용한 존재가 되어 버린 '호모 미세라빌리스'의 숙명!
-바보야, 문제는 돈이 아니라니까,148쪽,고미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