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의 달력

글짓기 2009. 5. 7. 11:06

하늘이 빙글 도는 것 같았다. 그랬는데도 머릿 속은 언제나 생각했던 논리에 지배당한 채 말했다.

"다른 거 다 상관 없어. 어떤 이유도 이유가 될 수 없으니까. 나랑 헤어지고 싶은거야?"

너는 그렇다고 대답했고 나는 수긍했다. 붙잡지 않은 건 자존심같은게 아니였다. 네가 헤어지고 싶다는데 내가 붙잡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사람의 마음은 붙잡아두는게 아니라고 그런 건 하면 안되는 일이라고 모두를 불행하게 할뿐이라고 확고부동하게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내 의견은 중요하지 않았다.

 모든 것은 나 혼자만의 것이 되었다. 좋은 것도 그렇지 않은 것도 모두 나의 피가 되고 살이 되어 내안에 녹아들어왔다. 고통스러웠고 스산했으며 두려웠다. 꿈속에서 몇번이나 너를 만났던가. 돌아오고 싶다는 너를 밀어내는 꿈 속의 나는 얼마나 너를 받아들이고 싶었던가. 순간 정신을 놓고 있으면 어느새 이런 생각 속으로 빠져들고만다. 과거에 붙잡혀버린다는 건 이런걸까. 수도없이 그때의 상황과 감정이 나를 지배한다. 이래서는 미래는 커녕 지금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것도 아닌 걸로 너를 떠올린다. 구질구질하고 유치해서 누구에게 말도 못할정도로 너를 떠올린다. 아니 말하고 싶어도 말할 수가 없다. 입밖으로 꺼내버리면 모든게 기정사실이 되어버릴 것만 같다는 착각을 한다. 흔하고 흔한 자극적인 일들 중 하나가 되어버릴 것만 같다. 너와의 그 수많은 시간과 감정들이 그저 누군가의 이해나 공감의 찰나로 끝나버리는 걸 보고 싶지 않다. 받아들일 수가 없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하소연하고 싶고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고 누군가가 알아줬으면 싶고 누군가가 해결책을 알려줄 것만 같아도 누구에게도 무엇도 말할 수가 없다.
 어떻게 해야할지 알 수가 없어도 시간은 흘러간다. 그리고 일상은 이어진다. 회사를 가고 일을 한다. 웃고 이야기를 하고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친구를 만난다. 네가 없어도 변한 건 하나도 없다. 아침에 눈을 뜰 때 갑자기 그 사실이 엄습해오면 거대한 물살에 홀로 휩쓸려가는 것 같은 감각에 두렵고 초조해져온다. 같이 휘말려 떠내려가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지는 기분이 된다. 그저 같이 휩쓸려가고 있는 가녀리고 힘없는 그 무엇이라도 붙잡으면 안심을 할 것같은 이 마음의 해괴함이 우습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런 착각을 하는 이런 생물이라서 이렇게 나약하면서도 이렇게도 거대한 물살에 휩쓸려 떠내려가면서도 멀쩡하게 살아갈 수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 우스울정도의 약함이 강함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네가 없는 아침의 두려움과 초조함을 떨쳐내본다. 네가 없는 이런 아침이 앞으로 내가 없어질 그날까지 계속 될거라는 생각에 마음을 단단히 먹어본다. 이겨낼 수 있을까. 아마도 이겨내겠지. 이겨내겠지. 슬픈건지 다행인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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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kiwishake.tistory.com BlogIcon 기휘 2010.07.10 11: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거 릴레이 소설인거야? 누구랑 하는거? 이 글은 엄청 좋은데 다음편이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