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김진규 | 2 ARTICLE FOUND

  1. 2015.01.17 유일한 진실이란 없었다
  2. 2011.09.09 죽음이 지나치게 흔했다

 침묵은 금(金)이기도 하고 또 금이기도 했다. 침묵이 값진 금으로 비유되는 것이야 만고의 진리이나, 그것만 가지고는 현실을 이해할 수 없으니 침묵은 흉이기도 하다는 사실이 문제였다.

 어려서 또래들과 사방치기를 할 때의 규칙은 엄정했다. 돌을 제자리에 차넣지 못하거나, 돌이 금 위에 얹어지거나, 놀이자의 발이 금을 밟으면 죽는다는 엄연한 사실에 목숨이 걸려 있었다. 그때의 금은 생사를 가르는 경계였고 틈이었다.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희생으로 거룩하게 포장했대도 어리석은 침묵은 보이지 않는 금 긋기에 불과했고, 그 금 위에서 숱한 마음들이 다치거나 죽었다.

 제가 하는 말을 죽은 향이가 들을 수 있겠느냐고 여문이 물어왔을 때, 나는 차라리 너털너털 웃고 싶었다. 향이를 헤살놓지 않으려고 제속을 썩여가며 줄곧 유지했던, 천금같이 귀한 여문의 침묵은 향이가 밟고 죽을 금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새삼 귀신에게랴.

 

 장삼을 입은 것만으로도 다른 사람의 속내를 들을 자격이 되는 모양이었다. 사람들은 내가 결코 동의한 적이 없는데도 제 임의로 권리를 부여해놓고는,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자진해 내 앞에서 무너졌다. 그것이 무릎 꿇은 자백이든, 눈물로 버무린 고백이든, 아님 무장해제된 찰나의 실언이든, 그 어떤 형태를 취하든 그네들은 내 앞에서 솔직해지고 싶어했다. 별다르게 작정하거나 마음먹은 것 없이도 저절로 그래지는 순수함에 나는 매번 놀라곤 했다.

 돌아서는 그들에게서 후회의 심정을 읽기도 했다. 어쩌자고 나를 이리도 드러내고 말았는가, 하는 자책으로 기가 꺾인 눈빛을 바라볼때마다 내가 가진 권리가 지겨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나를 신뢰했다. 내 귀로 들어온 말이 적어도 내 입으로 빠져나가는 일은 없을 거라는 확고한 믿음이었다.

 무엇보다 곤혹스러운 경우는 한 가지 사실에 대한 둘 이상의 입장을 온전히 이해해야 할 때였다. 안타깝게도 언제나 상반된 사실이 충돌했다. 유일한 진실이란 없었다.

-달을 먹다, 김진규, 216, 2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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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의 몸이 축날까 염려스러웠다. 제 언니 첫 기일이 오기도 전에 당한 또다른 상이었다. 죽음이 지나치게 흔했다. 생각하면 죽음도 삶의 한 과정이기는 했다. 생로병사에서 앞의 세 가닥을 아우르는 마지막 단계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생로병'만큼의 '사'는 당연했다. 그래도 그 죽음이 유독 난이만 총애하고 있었다. 차례로 죽어나간 이들의 목소리가 난이의 귀를 울릴 것이었다. 난이의 세상을 귀신들이 지배하고 있었다.
- 달을 먹다, 김진규, 144쪽-

작가들은 어떻게 마음을 이렇게도 잘 갈무리 할 수 있을까? 신기하다.
머릿속 맘속을 휘젓고 다니는 온갖 단어들을 잡아채 알아볼 수 있는 형태로 엮어내어 눈앞에 들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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