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왜 내리는건가요? 비는 왜 내리죠? 꽃은 왜 시들어버리나요? 등등.
어린아이가 세상을 알아가면서 쏟아내는 질문은 양적으로도 엄청나지만 스트레이트하게 세상의 본질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어느 분야든 처음 접하는 초보자의 순수한 눈으로 바라보고 자연스레 떠올리는 질문은 그것의 본질과 맞닿은 질문이 되기 마련입니다.
'자나,돈트!'는 우리 사회가 배타시하고 부도덕하다고 여기는 것들에 대해서 그런 순수하면서도 직설적이고 본질적인 질문 속에서 나오게 된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자나, 돈트!' 속 하트빌에서는 동성애가 자연스러운 모습이고 이성애는 배척과 혐오의 대상이고 부도덕한 것입니다. 쿼터백 선수는 친구가 많지 않은 외톨이고 체스 선수는 엄청난 인기인으로 학교의 스타입니다. 야구 경기를 관람하는 관람객들처럼 체스 경기를 관람하는 관객들도 좀 조용할 수는 없는 거냐고 한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포인트 하나. 하트빌에서 마법은 곁에 있는 자연스러운 것들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외모와 그에 따른 타인의 호감과 인기, 그리고 동성애와 이성애에 대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인식이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과는 정반대에 위치하고 있는 하트빌은 마법이라는 요소와 함께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처럼 아름답고 환상적으로 묘사되어집니다. 마치 동화 속 요정 나라 이야기처럼.

달과 별과 하트로 달콤하게 하트빌을 비추는 멋진 조명들, 반짝 반짝 빛나고 만화 속 캐릭터같은 색색의 의상들, 그리고 빠른 템포의 발랄하고 귀여운 뮤지컬 넘버들이 이 이상한 나라 하트빌 속으로 빠져들게 만듭니다. 입안에 들어가자마자 사라지듯 녹아버리는 달콤한 솜사탕처럼 자신도 모르게 말입니다.

달콤하고 예쁘고 환상적이고 천진하지만 하트빌을 받아들이는 것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정면으로 당신이 믿고 있는 상식과 개념을 뒤집어놓고 아기자기 귀여운 포장으로 이것이야말로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듯 천연덕스럽게 보여주는 모습은 도리안그레이의 초상처럼 당신의 감추고 싶은 부분을 정면으로 바라보게하는 불편함을 느끼게 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하마사키 아유미라는 가수의 노래 가사 중 '글을 쓸 수 있었으면 펜을 들어 편지를 썼을것이고, 그림을 그릴 줄 알았으면 붓을 들어 그림을 그렸을테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노래하는 것 뿐이라 이렇게 노래를 합니다.'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녀가 한 인터뷰 중에 '이번 시(노래가사)가 무슨 의미인지 질문을 받고는 하는데 그런 거 말로 설명할 수 있었으면 노래 하지 않았을거예요.'라고 대답한 부분이 '자나, 돈트!'를 보고나서 자연스레 머릿 속에서 떠올랐습니다.
'자나, 돈트!'를 만든 사람도 이 가수처럼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다수의 사람들이 소수의 사람들에 대해서 당연하다는 듯이 아무런 의심 없이 편견과 배척을 행하는 이 세상과의 소통을 시도했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의심없이 행하던 많은 것들이 사실은 그 반대여도 전혀 이상하지 않는 세상도 존재할지 모른다고 그렇다면 당신은 그 속에서 소수가 될 것이고 부도덕 하다고 비난받을 수도 있고 너무 쉽게 그래서 억울하게 배척당할 수도 있다고 말이죠.

천진하고 그래서 직설적이고 단순할정도로 스트레이트한 이 무대를 보고 관객들 모두 제각각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불쾌함을 느끼는 사람도 당혹스러움을 느끼는 사람도 있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원체 귀엽고 예쁜 것을 좋아하는 편인 저는 일단 눈앞에 펼쳐지는 하트빌이 너무 예뻐서 즐거운 마음에 연신 싱글거렸고 이 즐겁고 예쁘고 귀엽고 당돌하고 깜찍하고 발랄한 '자나, 돈트!'가 너무 너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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