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2017/11 | 5 ARTICLE FOUND

  1. 2017.11.30 이제는 진아의 삶을 흠모하고 싶지 않았다
  2. 2017.11.27 이름없는 시간. 01
  3. 2017.11.27 두개의 달력. 02
  4. 2017.11.23 쓸모없는 것의 쓸모있음
  5. 2017.11.23 끝시작. 01

 나와 진아가 아주 다르게 살아가는 건 그저 아주 다른 선택을 했기 때문이었다. 세상의 통념에 따라가지 않은 진아의 선택만 옳은 것이 아니듯, 내가 의심 없이 결혼과 출산을 선택한 것은 미숙하고 게을러서가 아니었다. 통념에 의문을 품지 않고 기혼 여성이 된 것을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자책할 필요도 없었다. 이제는 진아의 삶을 흠모하고 싶지 않았다. 문자를 다 읽은 핸드폰을 침대 위로 던져버렸다. 누군 좋은 이모 할 줄 몰라 안 하니? 자기 한몸만 겨우 거둘 줄 아는 게 어디 언니한테! 딸아이가 방문 앞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손에 쥔 응원봉이 번쩍번쩍 요란하게 빛났다. 내가 또 소리를 내서 혼잣말을 했던가.

-경년, 116쪽, 김이설-


 결혼을 하지 않으면 외로울 것이라고 왜 그리 섣불리 확정지었을까. 다수가 선택하지 않은 다른 삶도 있다는 걸 왜 인정하려 들지 않았을까. 결국 나나 진아나 똑같았다. 각자가 알아서 선택한 삶이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지고 살고 있을 뿐이었다. 

 퇴고 과정에서 삭제했던 문장들인데, 이상하게 버리기 싫었다.

-경년, 작가노트, 122쪽, 김이설-

AND

2017.11.10 by K


너를 통과하고 나서 

흐린 하늘과 사람이 없는

풍경이 좋아졌어

AND

2017.04.01 by K


시간은 일정하지 않고

판타지는 곳곳에 있지

AND

장자의 제 4편인 인간세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아가위나무, 배나무, 귤나무 등은 열매가 익으면 잡아 뜯기고 수난을 당한다. 다름 아닌 자신의 능력 때문에 세상의 공격을 자초한 셈이다. 만물 중 그렇지 않은 것은 없다. 해서 상수리나무는 자신의 생을 보존하기 위해 오랫동안 쓸모없기를 바랐다. 몇 번이나 죽을 뻔 하다가 이제 겨우 쓸모없게 되어서 그것이 큰 쓸모가 되었다. 그렇다! 세상의 유용성을 따라가다 보면 타고난 기운과 재능을 부귀에 몽땅 빼앗겨 버린다. 그러니 생을 보존하려면 스스로 무용해져야한다. 이것이 장자의 무용지용이다.

장자: 쓸모없는 것을 알아야 비로소 쓸모 있는 것을 말할 수 있다네. 천하의 땅은 더할 나위 없이 넓고 크지만 실제 사람에게 쓸모 있는 것은 단지 발을 내딛을 수 있는 정도의 땅뿐이지. 그렇다고 발을 딛는 부분만 잰 후 그 부분만 남겨 두고 나머지 땅을 바닥까지 깎아 버린다면, 그래도 발을 딛는 부분이 사람들에게 쓸모가 있겠나?

혜시: 쓸모없겠지.

장자: 그러니 쓸모없는 것이 실은 쓸모있다는 게 확실해진 것 아니겠는가?


스펙은 내가 걷는 바닥을 빼고는 다 없애 버린 격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엄청난 학습을 통해 연봉과 자동차, 집 따위를 얻고 나면 발이 꼼짝없이 묶여 버린다. 그런 사람에게 세상은 자기가 서 있는 곳을 빼고는 다 허공이고 낭떠리지다. 유용성을 향해 달려가다 무용한 존재가 되어 버린 '호모 미세라빌리스'의 숙명!


-바보야, 문제는 돈이 아니라니까,148쪽,고미숙-


AND

끝시작. 01

사진찍기 2017. 11. 23. 00:06

2017.09.22 by K


적막하고

아름답고

화려하고

무섭고

그리운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