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라디오지옥 신청곡안틀어드립니다 | 1 ARTICLE FOUND

  1. 2011.03.04 꿈과 현실의 이분법 2

 난 인생을 살면서 단 한번도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 과연 공무원이 되고 싶은 사람은 어떤 생각에서 공무원을 꿈꾸는지가 너무 궁금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랬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안정된 직장이니까', '편하기 때문에', '부모님이 좋아하셔서'와 같은 것들뿐이었다. 안정된 직장이고 편하며 부모님이 좋아하신다는 것은 어떤 직업의 장점이 될 수 있지만 그 일을 하고 싶은 이유는 아니지 않은가? 너무나 이상했다. 꿈과 현실을 이분법으로 나누어 그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사람들과 자신의 꿈을 왜 꾸는지 조차 모르는 사람들. 이 사람들을 보고 나는 사람들이 의외로 꿈을 꾸는 것에 익숙하지 않구나, 심지어는 서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렸을 때는 그저 멋있어 보여서 막연하게 어떤 직업을 동경하게 된다. 나도 뭘 알지도 못하면서 신경외과 의사나 물리학자가 되겠다고 떠들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슈바이처나 아인슈타인의 전기를 읽었던 초등학교 때었다. 그러다가 음악을 좋아하게 되고 나서는 뮤지션이 되는 꿈을 꾸기도 하고, 사회의 부조리함에 눈을 뜨고 나서는 그런 것들을 세상에 알리는 기자가 되는 꿈을 꾸기도 했다. 그러다가 결국 라디오 PD라는 꿈을 갖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참으로 단순했다. 라디오가 좋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을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방송국 PD가 안 되면 인터넷 방송이라도 하면 된다고 생각했었으니까. 그건 자신감과는 조금은 다른 무엇인 것 같다. 자신의 꿈을 현실로 만들겠다는 의지나 믿음 같은 것? 모르겠다. 어쨌거나 지금 이렇게 라디오 PD가 되어 있는 건 그때 꾸었던 꿈 덕분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무엇이 아닌, 내가 진짜 하고 싶으니까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꿈. 지금 이 시간에도 꿈과 현실 중에서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볼까 망설이는 분들이 있다면, 대체 그 꿈과 현실은 애당초 왜 나누어져 있는지, 그 꿈은 내 꿈이 맞는지, 내 꿈이 맞다면 대체 무엇이 그것을 비현실적으로 만드는지 잘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다. 혹시나 자신의 꿈을 비현실적으로 만드는 건 오히려 자신이 만든 꿈과 현실의 이분법이 아닌지 우려가 돼서다. 때로는 사고와 질문의 방식이 우리의 행동과 가능성을 제약해버리기 때문이다.
-라디오지옥 신청곡안틀어드립니다, 윤성현, p201~203-

알고 있는 감각이다. 왜 모르고 있었던거지?!
무릎을 탁하고 치게되는 순간.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