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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0.28 나는 쓰는 대로 이루어진다 2

나는쓰는대로이루어진다성장과변화를위한글쓰기
카테고리 자기계발 > 비즈니스능력계발
지은이 한명석 (고즈윈,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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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책이 출간되어 이벤트를 한다기에 신청했다. 언제나처럼 리뷰에 대한 두려움에 져서 나랑은 상관없는 일로 넘겨버릴 수도 있었는데, 이것저것 핑계대는 것도 지쳤다. 마음가는대로 이벤트에 신청. 그리고 덥썩 책을 받았다. 책 첫장에 손글씨로 내 이름과 저자 이름이 적혀있는 책을 받고 보니 기쁘면서도 무책임하게 책만 받게 되어버리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으면서 리뷰에 대한 걱정으로 속도가 나지 않고 다른 일이 생기면 책을 덮어두고 미뤄두게되었다. 책을 받은지 2달이 다 되어가고있다. 마음이 영 불편했다. 그러다 미안함을 넘어 포기에 가까운 마음으로 뻔뻔해져 가는쯤에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근데 이게 너무 재미있는게 아닌가!

책을 읽는 중간중간 설레기도 하고 감동받아 울컥해서 또 멋대로 눈에서 물이 막 쏟아지기도 하고 공감받아 지금 당장 책을 덮고 뭔가 글을 써보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결국 책을 읽는 도중에 리뷰를 쓰겠다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런데 막상 쓰려고 하니, 책을 읽으면서 떠올랐던 책 속에 나왔던 어느 예시글처럼 자연스러우면서도 솔직하고 술술 읽히는 그런 글이 나오지 않는다. 분명 머릿속에는 멋진 글이 시작되었고, 쓰기만 하면 막힘없이, 거침없이 써질 거라고 예상했는데 첫문장에서부터 버벅거리게 된다. 이 말도 해야하고 아니, 이 말을 먼저해야하나? 아니 그럼 이야기가 뒤엉키는 것 같은데 어라? 이거 왜이러지? 그래서 쓰던 창을 닫았다. 그리고 다시 책을 잡았다. 그리고 얼마 안있어 다시 컴퓨터 앞으로 왔다. 쓰면서 정리하자. 나오는대로 늘어놓고 나서 다시 읽어보면서 다듬어 보자. 그렇게 생각하고 쓰고 있다. 역시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직접 해보는 것은 너무 다르다. 책은 설레면서 너무 재밌게 읽고 있고 이해가 안되는 것도 아닌데, 막상 글을 쓰려고하니 막막하다.

글쓰기와 친하지 않다. 어릴 때부터 학교 과제로 독후감이니 감상문을 써오라고 하면 "재미있었다.", "재미없었다."말고 도대체 뭘 써오라는 건지 알 수가 없어서 난감하기 그지 없었다. 독후감의 경우 책의 요약같은 줄거리는 뻔하고 또 과제를 내준 사람이 원하는 답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감상문도 있었던 일을 기술하라는 건 아니지싶어 결국 아무것도 할말이 없어서 울상이되어 괴로워하고는 했다. 지금도 할 말이 없어 곤란해하고있었는데 책의 내용이 떠오른다. 눈에 보이는 그대로 관찰해서 기록만 해도 훌륭한 글이 된다는 내용이었다. <2장 어떻게 글쓰기를 할 것인가?>의 두번째 챕터 꼼꼼하기 쓰기에 '있는 대로 보기'에 대한 예시로 초등학교 6학년이 동생이 공부하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본' 글이 소개된다. 앞부분만 잠깐 옮겨보면 이렇다.

동생이 공부하는 모습
 한참 있다가 문제집을 한 쪽 다 풀었는지 한 장을 '스르륵' 넘깁니다. 눈은 쉬는 듯 힐끔 천장을 쳐다보았다가 다시 문제집을 봅니다. 어려운 문제가 있는지 놓아두었던 왼손을 이마에 짚었다 눈에 짚었따 머리를 긁었다 턱을 굅니다. 오른손은 모르는 문제에 낙서만 합니다. 갑자기 모르는 문제에 낙서를 더 세게 하다가 '하우' 하고 한숨을 쉬면서 회전의자를 뒤로 팍 찹니다. 그러고는 문제집과 볼펜을 들고 신경질이 난 듯 '쿵쿵쿵' 소리를 내며 방문을 나서 주방 식탁으로 걸어가 의자를 쑥 빼고 앉더니 문제를 다시 풉니다. 손에 있는 볼펜은 입에 물고 있다가 모르는 문제를 풀었는지 웃음을 지으며 답을 씁니다. -후략-


이런식으로 '꼼꼼'한 관찰이 계속 이어진다.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글을 보는 것 같은데 초등학생이 보이는 그대로 '꼼꼼'히 관찰하고 기록한 것뿐이라니! 감탄하고 가슴이 뛰었다. 그리고 당연히 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막상 하려고하니 잘 안된다. 꼼꼼하게 보고 또 본대로 쓴다는게 참 낯설다. 자기가 뭘 보고있는지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살고 있구나 싶어 또 새롭다. 보이는대로 보는 것은 생각보다 집중력도 기억력도 필요한 작업이다. 무엇이든 익숙해지려면 많이 해보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EBS에서 하는 다큐 프로에서 '착각'에 대해서 다룬 것을 본 적이 있었는데 실험을 통해서 너무나도 쉽게 착각하고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사람들에게 나중에 당신이 이런 착각을 했습니다하고 알려주면 자신이 그런 착각을 했다는 것을 쉽사리 믿지 못하고 놀라는 모습이 나왔는데, 착각이란 자신이 착각했다는 것 자체를 모르는 것이 착각이라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롭고 설레이고 낯선 것들을 만나게 된다. 그건 아마 착각을 눈치채게 해주기 때문인게 아닌가 싶다.

무언가 쓰고 싶은데 뭘 쓰고 싶은지 모를 때, 분명 도움이 되어줄 책이다.
 
덧. OS언니랑, YM님이 글쓰고 싶다고 하시던데 이 책 선물해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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